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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할아버지
늘 인상을 쓰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바로 성칠이란 이름을 가진 분입니다. 장수마트에서 근면한 직원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동네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주변 이웃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보기엔 모든 사람들이 참 답답할 뿐입니다.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고 귀찮기만 합니다. 그런 까칠한 할아버지에게 이웃주민들은 짜증내지 않고 친절히 대해줍니다. 성질머리가 고약한 사람인데도 늘 말을 걸어주다니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런 할아버지가 장수마트에서 일을 하고 계시다니, 그 분을 고용한 사장님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재개발에 대한 표도 얻기 위해 할아버지를 설득도 하는 모습이 등장했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어마어마한 넓은 마음을 갖고 계시기에 그런게 아닐까합니다. 고객들에게 불친절하면 마트 매출만 떨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 이름은요
그러던 어느 날, 옆집으로 한 할머니가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금님'이라고 하는 이름을 가진 분입니다. 성은 '임'이라고 하는데 할아버지는 참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어느덧 성칠 할아버지의 시선은 이제 금님 할머니에게 자주 머무릅니다. 성칠 할아버지와 금님 할머니는 참 많이 친해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데이트도 장수마트의 사장 덕분에 잘 해냈습니다. 심지어 핸드폰도 개통하게 되었습니다. 금님 할머니와 친해지기 위해서입니다. 뿐만 아니라 동네 얼굴을 아는 이웃들이 너나 할 것없이 데이트의 모든 과정을 잘 도와줍니다. 금님 할머니와 성칠 할아버지는 산책도 하고 놀이공원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기도 합니다. 또 함께 춤을 추는 데이트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까칠했던 성칠 할아버지는 금님 할머니와의 행복한 추억들로 기쁨이 가득해집니다.
꽃 보러 만납시다
성칠 할아버지는 갑자기 이상합니다. 냉장고에 붙어 있는 어떤 메모가 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약속 장소에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두 번이 아닙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안경점에서 예약한 안경을 찾아가라고 합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일상 생활에 자그마한 문제들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금님 할머니와 꽃 축제를 가기로 한 날입니다. 잔뜩 기대를 안고 있는 성칠 할아버지입니다. 하지만 금님 할머니가 이번엔 약속을 잊은 것인지 나타나지 않습니다. 갑자기 장수마트 사장이 등장할 뿐입니다. 금님 할머니는 참 친화력이 좋으신가 봅니다. 약속 파토를 이렇게 다른 사람을 직접 보내 전달하니 말입니다.
이유를 도통 모르겠습니다. 금님 할머니는 더이상 성칠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못 나올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 성칠 할아버지는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그 표정을 본 장수마트 사장님은 말합니다. 금님 할머니가 보고 싶냐고 말입니다.
리뷰
영화 초반에는 예쁜 남녀 학생 두명이 나와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때 나눈 대화 중 '내 이름은요'가 영화 중반부에도 등장합니다. 만약 그 행복했던 표정의 두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여운은 더 길게 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걸고 싶습니다. 그 두 학생의 젊고 풋풋함, 미소로 인해 저도 그들과의 기억을 공유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성칠 할아버지를 연기한 배우님의 아쉬워하는 표정, 넋이 나간 표정들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힘이 없는 노인분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더이상은 낙심하지 않고 건강하게 행복한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누군가를 향한 악행의 동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영화를 소개하며 '오베라는 남자'의 책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오베 할아버지와 성칠 할아버지는 참 닮은 구석이 많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까칠한 성격도, 사랑을 하는 순수한 모습도 말입니다. 하지만 성칠 할아버지는 더 다른 아픔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누구의 아픔이 더 크냐하는 것은 이 두 사람에겐 없습니다. 하지만 오베할아버지에겐 성칠할아버지가 없는 그것이 있었고 성칠할아버지에겐 오베할아버지에게 없는 아픔을 보듬어 줄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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