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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 침술사
경수는 맹인이지만 침술사입니다. 그에게 가족이란, 몸이 좋지 않은 남동생 1명뿐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상황입니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돈이 더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남동생의 몸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조선왕궁에서는 왕 곁에서 일할 침술사를 뽑는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액수도 남동생의 한약을 지어줄만한 금액이였기 때문에 경수는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동네 한의원에서 침을 놓아주는 일을 조수로서 돕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궁에서 일하는 최고 침술사가 찾아옵니다. 동네 한의원인만큼 여러 명의 침술사들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궁에서 일하는 침술사 이형익은 아픈 사람을 데리고 왔고 그의 병명을 파악하고 원인을 제시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답을 맞히지 못합니다. 그때 경수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소리에만 집중해서 환자의 병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술술 대답을 합니다. 이 모습은 이형익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만했습니다.
소현세자의 등장
청나라의 포로로 잡혀갔던 소현세자와 세자빈이 조선에 돌아옵니다. 소현세자의 아들은 자기 할아버지 '인조'에게 들뜬 마음으로 아버지의 귀국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왠일인지 할아버지가 기뻐해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조는 청나라의 문물을 직접 경험했고 그 당시 강대국이었던 청나라 안에서 여러 학문들도 공부하며 현실에 눈을 떴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조는 과거에 조선을 침략했던 청나라 그리고 그들에게 당했던 치욕과 수치에 분을 떨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 백성을 생각한다면 자신의 억울함보다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아들입니다. 여기서 왕과 세자의 부딪치는 기류가 조성됩니다. 하지만 소현세자가 기침을 하자 그가 앓고 있던 천식을 걱정하며 침을 맞으라고 이야기합니다.
역시 자식을 걱정하는 것은 부모밖에 없다는 것을 느낀 소현세자는 아버지의 무뚝뚝한 표현에서도 사랑을 느끼고 안심하는 듯합니다.
서로가 아는 목격자
이형익은 경수를 알뜰히 챙겨줍니다. 눈 앞이 보이지 않는 그를 팔짱을 끼어서라도 챙겨다니기 때문입니다. 경수는 어느덧 왕후에게도 침을 놓았습니다. 그만큼 그의 실력이 인정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주맹증입니다. 밤에는 어렴풋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단, 그 누구에게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사건인 그 날 밤입니다. 소현세자의 담당 주치의로 직접 선택된 경수는 이형익과 함께 천식을 앓고있는 세자의 침실로 들어갑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소현세자의 몸과 얼굴을 닦아주는 이형익입니다. 경수는 그의 조수로서 세자의 땀을 닦은 수건을 건네받고 열심히 물에 헹구며 다시 그에게 전달합니다. 그렇게 몇 번의 반복되는 행동으로 열심히 보조를 맞춥니다. 그러던 중 경수의 발단된 청력이 이상함을 감지합니다. 무엇인가 잘못들은 것도 같습니다. 점점 온 몸의 센서가 이상한 낌새에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그때 왕의 침실의 촛불이 모두 꺼지고 드디어 경수는 눈을 뜨게 됩니다. 어둠 속, 그가 하고 있던 일을 경수는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리뷰
영화에서 소현세자와 경수는 둘 만이 아는 따뜻한 교류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신분의 격차가 크지만 소현세자는 경수의 마음을 이해해주었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만나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이 전부가 되고 말았습니다.
경수가 눈을 뜨고 목격자가 된 순간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가 보았던 장면이 경수에게도 엄청난 큰 트라우마였겠지만 함께 보는 관객으로서 또한 충격이 오래갔습니다. 소현세자와 경수의 시선이 아주 많이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앞에 있어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상황이 참 무섭습니다. 또, 눈 앞에 모든 상황이 거짓이었다는 것과 그래서 도움을 줄 기회를 순수하게 놓쳐버렸다는 것이 굉장히 섬뜩합니다. 이런 두 개의 상황은 정말 괴로운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인조실록에 적혀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세자는 본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었고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온 몸이 전부 검은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붉은 피가 나오므로 검은 천으로 그 얼굴 반쪽만 덮어 놓았으나, 곁에 있는 사람도 그 얼굴빛을 분별할 수 없어서 마치 약물에 중독이 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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